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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안나 - 힘은 달콤하다
    시(詩)/서안나 2017. 10. 20. 09:29


    여름날 꼬리뼈와 우족을 끓인다.

    밤마다 뭉친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며 소처럼 신음소리를 내는 어머니.

    골다공증 어머니를 위해 곰국을 끓인다.

    꼬리뼈에서 힘센 노동의 기억이, 다리뼈에서 평생 자신의 몸을 끌고 다니던 다리의 힘이 천천히 풀려 나오고 있다.


    곰탕이 눈물처럼 뜨겁게 끓어오른다.

    한 가계의 기둥을 세워준 소의 든든한 다리가 조금씩 풀려나오고 있다.

    소의 선한 눈망울을 닮은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커다란 과수원을 돌며 저녁까지 소처럼 일만 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맹목의 어머니, 그 선한 눈망울의 힘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눈물의 농도를 알기 위해선 하루 종일 뜨거운 가스 불 옆에서 나도 소 한 마리를 뒤집어 엎어야봐야 한다.

    오랜 시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름기처럼 떠오르는 눈물들을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잘 걷어내 보아야 한다.


    단단한 힘이 흰빛으로 펄펄 끓어오를 때면 어머니의 몸속에 힘센 소 한 마리 밀어 넣고 싶다.

    어머니를 벌떡 일으켜 세우고 싶다.


    곰국 한 그릇 맛나게 자시고 낮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어머니 몸에서 푸른 싹이 돋는다. 흙내가 난다.

    사람을 위해 나누어 쓴 힘은 참 달콤하다.

    노동의 힘은 참 달콤하다

    (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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