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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감익는 마을은 어디나 내 고향시(詩)/유안진 2017. 8. 5. 22:01
섶다리로 냇물을 건너야했던 마을
산모롱이를 돌고 돌아가야했던 동네
까닭없이 눈시울 먼저 붉어지게하는
아잇적 큰세상이 고향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의 희망도 익고 익어가느라고
장마끝 무너지다 남은 토담위에 걸터앉은 몸 무거운 호박덩이
보름달보다 밝은 박덩이가 뒹구는 방앗간 지붕에는 빨간 고추밭
어느것하나라도 피붙이가 아닐수없는것들
열린채 닫힌적 없는 사립문을 들어서면
처마밑에 헛기침 사이사이 놋쇠 재터리가 울고
안마당 가득히 말라가는 곶감 내음새
달디단 어머니의 내음새에 고향은 비로소
콧잔등 매워오는 아리고 쓰린이름
사라져가는 모든것은 모두가 추억이 되고
허물어져가는것은 모두가 눈물겨울것
비록 풍요로움일지라도 풍성한 가을 열매일지라도
추억처럼 슬픈것,
슬퍼서 아름다운것,
아름다워서 못내 그립고 그리운것,
그렇게 고향은 비어가면서 속절없이 슬픈 이름이 되고있다.
허물어져가면서 사라져가고있다.
사람떠난 빈집을 붉게익는 감나무 저혼자 지켜섰다.
가지마다 불밝히고 귀익은 발자욱소리 기다리고섰다.
(그림 : 박희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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