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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에 가고 싶다.
거기가서 내 삽을 찾고 싶다.
탄가루 묻은 내 도시락통,
땀에 쩔은 수건과 검은 작업복,
거기 그냥 두고 온 내 도구들을,
수직갱으로 하강해 가던 검은 나를 찾고 싶다.
탄더미 속에 반짝이던 두 눈,
하이얗게 빛나던 치아,
쏴아쏴아 불어오던 원시 밀림의 바람소리,
거대한 두 발 짐승의 발자국 소리, 나는 막장에 가고 싶다.
내 삽과 곡괭이,
그리운 내 도시락,
땀에 쩔은 작업복, 오늘 나는 막장에 가고 싶다.
거기가서 내 삽을 찾고 싶다.
(그림 : 박진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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