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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죽나무 두 그루 서른 살이 넘었네
동쪽 개가죽이 아침햇살 받아 그늘을 건네고
서쪽 개가죽이 저녁노을 받아 어스름 건네네
지난여름엔 마을로 쳐들어오는 태풍 들이받고는
동쪽이 서쪽에게 몸을 맡겼네, 잔바람에도
온몸이 울음통 되어 삐걱거리는 개가죽
시끄러워 죽겠으니 베어버리자고, 어르신들
마을회관에서 헛기침을 내려놓던 며칠
까치 한 쌍이 개가죽의 신음에다 부목을 잇댔네
알도 한 꾸러미나 낳았네, 호들갑스런 사랑 노래에
새끼 까치들도 화음을 맞췄네
사람인 자(人字) 한번 진하게 써놨구먼
삐걱대던 소리가 먹 가는 소리였네그려
까치집이 나중인 줄 모르는 사람들은
넘어지면서도 까치집은 잘 간수했다고
개가죽이 참가죽으로 성불했다고 올려다보네
거참 신통허네, 어느 쪽이 버팀목인 거여
충청남도 청양 대치면 지천에 가면
하늘 쪽으로 흘러가는 시내가 있네
오작교까지 올라가는 까치내가 있네
비바람 맞으면 먹물 더욱 진해지는
키 큰 사람, 등을 기대고 있네
(그림 : 서정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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