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록 - 간장게장시(詩)/이정록 2017. 6. 2. 10:00
별명은 밥도둑이다. 등딱지는
열 번 넘게 주조(鑄造)한 이각반합(二角飯盒)이다.
밥 한 그릇 뚝딱! 게 눈 감추듯 치워버리는,
이 신비한 밥그릇을 지키려 집게손을 키워왔다.
손이 단단하면 이력은 두툼하다.
복잡한 과거가 아니라 파도를 넘어온 역사다.
양상군자(梁上君子)와 더불어 반상군자(飯上君子)로
동서고금의 도둑 중에 이대 성현이 되었다.
바다 밑바닥을 벼루 삼으니 먹물마저 감미롭다.
음주고행으로 보행법까지 따르는 자들이
발가락까지 쪽쪽 빨며 찬양하는 바다,
내 등딱지를 통해 철통밥그릇을 배워라.
밥그릇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큰 그릇이 되려면 지금의 그릇은 버려라.
묵은 밥그릇마저 잘게 부숴 먹어라.
언제든 최선을 다해 게거품을 물어라.
옆걸음과 뒷걸음질이 진보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