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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해 지는 쪽으로시(詩)/이정록 2017. 7. 1. 19:31
햇살동냥 하지 말라고
밭둑을 따라 한줄만 심었지
그런데도 해 지는 쪽으로
고갤 수그리는 해바라기가 있다네
나는 꼭,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벗 그림자로
마음의 골짜기를 문지르는 까만 눈동자,
속눈썹이 젖어있네.
머리통 여물 때면 어김없이
또다시 고개 돌려 발끝 내려다보는 놈이 생겨나지.
그늘 막대가 가르키는 쪽을
나도 매일 바라본다네
해마다 나는
석양으로 눈길 다진 그 녀석을
종자로 삼는다네
돌아보는 놈이 되자고.
굽어보는 종자가 되자고.(그림 : 이나형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