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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는 빈 술병들이 산다
빈술병 속엔 푸른 별들이 살고텅 빈 시간 속으로 정든 집 한 채
들어와 산다빈집에는 바람이 세 들어 살고
마른 나뭇가지에 그리움이 일듯
붉은 열매 몇 알 매달려 있다
빈집에는 빈 항아리들이 산다
빈 항아리 속에는 조선씨간장 같은
발효된 슬픔이 부풀어 오르고
텅 빈 집에는 눈감은 시간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허공의 길에는 침묵의 구름이
꽃눈 틘 숲에는 어린 새들이 날아다닌다(그림 : 전성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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