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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 물의 행로(行路)시(詩)/박재삼 2017. 6. 9. 12:15
강물이 처음에는
산골에서 소리를 카랑카랑 울리더니,
그것은 예닐곱 살 때의
우리들 맑고 시원한
노래소리에나 비길 수 있을까.
이 바다에 다 와 가는
길목에 접어들면
이제 그런 소리는
완전히 졸업하고
다만 바람과 햇빛이
제일 친한 것인가,
굼틀굼틀 반짝이는
한가지 동작(動作)으로만 나가네.
드디어 바다에 다 빠져들고 나서는
그저 무심(無心)한 듯 소리가 죽고
그것을 대신하는가
가다가 튼 기선(汽船)이 지나가면서
세월아 잠시 멈추었거라
고동을 울리고 있네.(그림 : 김윤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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