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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광규 - 순두부찌개
    시(詩)/공광규 2017. 4. 11. 21:11

     

    순두부는 부드럽고 연하고 순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지고 뭉개지기 쉬운 뇌 같은 것

    마음 같은 것

    연인의 입술이나 덜 익은 사랑 같은 것

    그래서 처음엔 약한 불로 요리를 시작해야하지

    사랑의  처음처럼  약한 불에 참기름과 고추를 볶아

    고추기름을 만들고

    다음엔 좀 진전된 사랑처럼 센불에  돼지고기

    돼지고기가 없으면 쇠고기를 볶아 입맛을 두텁게하지  

    거기에 물을 붓고 마음처럼 잘 끓으면

    양념으로 파와 바지락을 넣고 순두부를 넣으면 되지

    계란은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고 요리사 맘대로

     

    소시지를 넣으면 부대순두부찌개

    김치를 넣으면 김치순두부찌개

    두를 넣으면  만두순두부찌개버섯을 넣으면 버섯순두부찌개

    들깨를 넣으면 들깨순두부찌개

    굴이나 새우나 주꾸미를 넣은면 해물순두부찌개

     

    사랑에 무르익은 애인처럼 부드럽고 연하고 순하여

    다른 것과도 잘 어울리는 순두부는 입술의 맛

    그러나 급하게 먹으면 입에 화상을 입을 수 있지

    급한 사랑처럼

    그래서 후후 불면서 먹어야해

    살갗에 불어오는 봄바람 흉내를 내며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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