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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 주먹을 펴며시(詩)/공광규 2016. 11. 8. 12:57
술주정하는 정치꾼 놈을
싸가지 없는 위원장 놈을 패려다가
집에 돌아오면서 주먹을 펴니
아무것도 없다
금간 손금 몇 개 어지러울 뿐이다
내 주먹을 빠져나간
저 모래 같은 것들
뻔뻔한 대통령은 물러가라! 앞장 서 소리치지 못하고
노동자를 내쫓는 자본가를
약자를 능멸하는 강자를 내려치지 못하고
큰 것들에게 대들지 못하고
불덩이 한번 쥐지 못하고
저 미지근하고 사소한 것들에게 맞서
사사건건 주먹을 쥐고 사느라
손바닥에 잔금만 남은 것이다
손바닥을 아무리 살펴도 잔금을 따라 빠져나간
모래 같은 권력
모래 같은 돈
모래 같은 체면
모래 같은 모든 것들
저 모래 같은 것들에게 홀려서
주먹을 쥐고 살아서
오십이 넘도록 잔금만 쥐고 사는가보다
(그림 : 이두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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