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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춤추는 바다시(詩)/권선희 2017. 4. 7. 21:38
파도가
오랜된 포구나무 사는 마당까지 밀려와
창문을 두드리면
목젖 부풀리며 열리는 아침
허파꽈리처럼 오종종 매달린 골목은
아홉 살 사내아이들처럼 바다로 달려 나가고
물빛 깊은 눈망울 모여 든 어판장에는
비늘 돋는 삶이 뛴다.
돛을 찢는 노대바람 당당하게 넘어 서면
상처 깁는 명주바람 불어 온다고
팽팽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놓아주며
춤추는 바다
고래가 새끼를 낳고
은빛 새가 날아오르는
푸른 경전(經典)의 음절들 타고 넘으며
살아라 살아라
온 몸으로 살아라
춤추는 바다
다시 만조(滿潮)에 붉디붉은 석양을 풀고
새들 무리져 둥글게 날아가는 그 곳에
해바라기처럼 둘러 선 사람들
깊고 너른 장단(長短) 따르며
바다처럼 살고 있다
노대바람 : 내륙에서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강한바람으로, 24.5~28.4 m/s(48~55 kn)의 속력으로 분다.
나무가 뽑히고, 상당한 건물의 피해가 발생한다.
명주바람 (명지바람) :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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