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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봄비가 온다시(詩)/권선희 2017. 4. 7. 21:08
한 두름 엮인 슬픔 따위나 곱씹으며
낡은 기억을 밀고가는 사람들
가난도 은빛 비늘을 지녔다
살아 있다고 아직은 살아간다고
벅벅 긁는 슬픔
툴툴 떨어지는 비늘
높고 낮은 웃음이 들추는 겨드랑이마다
하얀 소금꽃 피고
사랑을 주고 받을 때마다
한 닢씩 떼어준 부위엔
긁으면 긁을수록 부풀어 오르는
가려운 봄이 산다
젖은 장화 벗고 든 용궁식당 뒷방
물가자미 빠작이 구워 둘러앉으면
결국 봄비가 온다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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