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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 시월에는 정선 가자시(詩)/권선희 2015. 12. 4. 00:03
시월에는
노래 붉은 산천으로 가자
동해 깊숙한 해풍 자락 파도에 말아 들고
굽이굽이 아라리 곡절 앞서는 정선으로 가자
눈매 깊은 아비 순정한 품에서
머루 다래 넝쿨 감는 거기, 도원으로 가자
혼곤한 사랑에 언 몸 풀던 봄강에도 단풍 나리고
나물취꽃 하이얀 잇바디가 하늘 받들면
탯줄 창창하게 묻고 산 사람들 산국처럼 둘러 앉은
어무이의 국토, 난전으로 가자
이문 없는 생이 어디 있어랴
천리 물길 같은 생은 속절없어도
아리고 쓰린 고개 넘고 넘으며
막아도 막혀도 아우라지강은 바다에 닿고
꺾어도 꺾여도 곤드레는 핀다
시월에는
세상 싸늘한 모퉁이를 돌아 돌아서
갈피마다 붉게 타는 한 소절
갈피마다 붉게 피는 한 시절
아라리 곡절 무량무량 일어서는
정선으로 가자
(그림 : 조규석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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