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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마음속에
어린 낙타 한마리 살고 있었다
날마다 낙타를 몰고 세상 속을 걸었다
타박타박 모래밭, 먼지와 바람의 길이었다
더러는 한모금의 물이 아쉬웠다
내가 낙타였으므로 한 번도 낙타 등에 올라가 본 적은 없고
누군가를 태우거나 무거운 짐짝을 올려놓고 걸었다
가장 많이 올려놓았던 짐짝은 막막한 슬픔과
대책 없는 그리움이었다
무엇보다 그 짐짝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러나 번번이 쉽지 않은 일
내려놓으려고 하면 막막한 슬픔과
대책 없는 그리움은 살을 파고들었다
오늘도 나는 짐짝을 가득 싣고 세상 속을 떠난다
다만 숨이 가쁘고 다리가 후둘거린다.(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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