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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황금의 시냇물같은 것이었다푸른 나비처럼 겁먹고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새벽안개 같은 음성을나는 들었다그 안개 속으로섬세한 악기처럼 떨며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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