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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꿉놀이를 할 수 있다면
어머니가 되고 싶다
양지바른 돌각담 밥티꽃 그늘 아래
인간의 풋것들이 사랑놀이를 하고 있다
깨진 백자조각 위
잘 자란 보릿잎 툭툭 튀는
봄 햇살 가지런히 썰어놓고
꼬막껍질 속 흙밥 대신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꽃도 담아놓고
추수하고 빵을 굽고 등을 켜고 사랑을 깁는
인간의 풋것들의 어머니가 되고 싶다
마흔 넘고 쉰 넘어 빼앗을 것 빼앗고도
다 못 뺏은 인간의 쌍것들이
어느 봄 빼앗긴 자의 모습으로
밥티꽃 그늘 아래 돌아와 떨고 섰을 때
설익은 보리꽃 꼬막 들밥에
어쩌면 생각날지도 모를 제 네살 적 사랑놀이
가슴의 풀들로 돌아와 흔들릴 수 있도록.
(그림 : 이청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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