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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새벽의 꿈시(詩)/김완하 2017. 1. 29. 23:57
새벽은 숫돌에서 푸르게 빛이 섰다
어둠 속에서 낫을 미시는 아버지 어깨가
두꺼운 어둠 벽을 무너뜨렸다
새벽 들길에 이슬 한 짐 지고 오셨다
나의 아침잠에서 깨어날 즈음
안마당에 부리시던 아버지 지게
어둠 속에서도 점점 부풀어 올랐다
아버지 뒷동산을 지고 일어서셨다
마당에 가득 풀들이 튀어 올랐다
고요한 뜰 위로 생기를 불어넣으며
집 안은 온통 풀내음에 출렁거렸다
하루가 새 길을 트고 있었다
종아리에 묻은 풀씨 쓸어내리며
아버지 베잠방이 주머니에서
샛노란 참외 두개를 내놓으셨다
삼베옷에 쓱쓱 문질러 낫으로 깎아주시면
달고 시원한 맛속으로 하루가 힘껏 달려 갔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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