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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 설인(雪人)에게시(詩)/홍성란 2017. 1. 26. 13:07
눈 오는 날
아무도 찾지 않는 산굽이 돌아 네가 날 찾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내 발자국만 따라오는 다들 버린 산길이라도고스란히 쌓이는 눈 깊은 산길이라도
설레어 찾아가는 길 미끄러질까 더듬어 놓는 발길이면 어때
그러나 무시무종 파랑 치는 잔물결이면 어때
붉은 이마 식히는 찔레처럼눈송이 휘도록 얹은 강아지풀처럼 네게 말하고 싶어
머리 가슴 배 동그란 마음 두 개 돌돌 굴려 어디 가두어둘까
눈 하고 사랑하려다 장난만 치고 돌아왔다고
그러나 무시무종 파랑 치는 잔물결이면 어때
그러니 고스란히 내려앉는 눈
문득 네 얼음집에 갇히었으면 좋겠다(그림 : 김현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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