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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다시 영동(嶺東)에서시(詩)/김명인 2016. 12. 16. 15:37
언제나 뒤에서 잡았다 바다는
쓸쓸한 손이 되어
더러 먼 땅으로 우리를 놓아 보냈다가
궂은 날 더 먼 곳에서 고단한 우리들을 기다려
흐린 물결 위 청둥오리 몇 마리 띄워 놓고
저렇게 제 속을 무심히 헤쳐 보이는 것일까
계절은 찢겨 지나며 날마다 푸른 깃대에서
깃발을 벗겨 가 버리지만
말없이 떠난 것들도 이처럼 돌아와
빈 자리 채우며 끊임없이 자맥질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문득 따스한 밝음이 내 안에서 출렁인다
헤쳐 가야지 가시를 찔러 오는 세상 같은 건
껴안아서 흘려 보내고
내 여기 떠올라야 하므로 너울 속
끝없이 곤두박질치면
무엇 하나 돌려보내지 않고 바다는
언제나 파도만 들어서 귀뺨을 후려칠까
한 생애가 눈물 가득 잔 물결로도 출렁이고
서러울수록 그 위에 엎어져 함께 흐느껴 가면
어둠 속 더욱 넓어지는 소리의 이 한없는 두런거림
여기서 자라 이 물결에 마음 붙인
사람들의 오랜 고향을 나는 안다
(그림 : 홍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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