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인 - 줄포 여자시(詩)/김명인 2016. 8. 27. 11:22
낡은 유행가 좇아가느라 나 거기 주저앉았다
희망이 숨차느냐고 놀고 먹는 지 벌써 이태째.
포장 친 간이주점에서 보면 바다는
넘을 고개도 없는데 보리 고랑 가득 펴고 있다
남녘엔 봄 지나가고, 몇 년만의 외출이냐고
한 가족이 아직은 시릴 모래톱에 맨발을 적신다
짧은 봄날에는 채 못피우는 꽃봉오리도 많다
시절이 저 여자에게는 유독 가혹했을 것이다
접시에 담겨서도 꼼지락거리는
잘린 낙지발 중년이 입안에서 쩍쩍거릴 때
목포에서는 한창 잘 나갔지요, 거름을 파고 들었던
홍어찜이 이제서야 콧속을 탁 쏜다
여기도 예전의 줄포는 아니라요, 어느 새 경계 넘어버린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것 입맛이라고
저 여자, 버릇처럼 손장단으로 이길 수도 없을 붉은
봄꽃 피워 문다
(그림 : 김지환 화백)
'시(詩) > 김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인 - 얼음 호수 (0) 2017.01.25 김명인 - 다시 영동(嶺東)에서 (0) 2016.12.16 김명인 - 장엄미사 (0) 2016.08.13 김명인 - 낙화 (0) 2016.08.13 김명인 - 저녁 눈 (0) 201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