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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저녁 눈시(詩)/김명인 2016. 8. 13. 18:32
팔당 가는 막차는 낮 동안 내린 눈 때문에
안 올지도 모른다고,
매표소 책상 앞에는 갓 서른 되었을까,
길 막힌 사내에게 수줍게 대답하는
젊은 아낙뿐이다
머리숱 짙고 복숭아빛 볼 발그레한
저 한창 나이!
또 눈이 오려는지, 창밖으로는 강아지 한 마리
아까부터 공터의 적막을 즙겁게 갖고 논다
동네 밖은 옛 성인지, 성채로 두른 희미한 산줄기
어느새 지척까지 밀물어오는 어둠의 접군(接軍)들,
일행은 민박도 어렵다는
이 작은 마을에서 난감한 밤 지새야 하는지
매표소 유리창 한 폭만큼 좁혀진 공터를 내다보면
희끗거리는 것만으로도 세상 경계 지워버리는
눈발, 다시 한 빛깔 다해 내리기 시작한다(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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