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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겨울 하루 , 매화를 생각함시(詩)/조용미 2016. 11. 23. 10:18
이월, 매화에 기운이 오르면
그 봉오리 따다 뜨거운 찻물 부어
한 송이 우주를 찻잔 속에 피어나게 해 볼까
화리목 탁자 근처 매화향을 두르고 잠시
근심을 놓아 볼까
九九의 첫날인 십이월의 어느 날부터 나는
목이 길어지고,
옷은 두꺼워지고 발은 더욱 차가워질 테지만
九九消寒圖구구소한도의 매화에
하루하루 표시를 해 나가며
여든 하루 동안
봄이 오는 저 먼 길을 마중 나가는
은밀한 기쁨을 누려 보는 것이다
매화가 피는
삼월의 어느 봄날이 올 때까지
여든 하루는 한 생, 여든 하루는 단 한순간
매화가 피는 한 생이란
매화를 보지 못하고 기다리는 한 생
탐매행에 나선 이른 봄날 어느 하루는
평생을 다 바치는 하루
두근거리는 품을 수 없는 하루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 동지부터 9일마다 점차 추위가 누그러져 9번째, 즉 81일이 되는 날에는 추위가 풀린다는 놀이인데,
이 때문에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고도 한다.
소한도에는 여러 가지 형식이 있는데, 종이에 9개의 칸을 그리고, 각 칸 안에 9개씩 작은 원(圓)을 그려 도합 81개로 되어 있는 것,
한 가지[枝]의 매화도를 그리고 꽃은 9개, 꽃 하나에 꽃잎이 9개 있어 모두 81개 꽃잎으로 된 것,
한 자에 9획으로 된 문자 9개를 써서 81획으로 된 것 등 세 가지를 많이 사용한다.
(그림 : 송필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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