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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 - 노루목고개시(詩)/박제영 2016. 11. 6. 14:53
날이 저물고 달도 지면 거기가 깜깜절벽이 돼불거든
그럼 귀신도 못 넘는다는 게 노루목고갠데
장돌뱅이들은 용케도 넘어오거든
그게 말이지 장돌뱅이들만 아는 별길이 있었어야
그 별길을 따라 넘는다는 거지
근데 젊은 양반이 노루목은 왜 찾는 겨
지금은 노루목고개 업서야
영동고속도로 생기믄서 싹둑 잘렸자녀
별들을 헤아려 캄캄한 노루목고개를 넘었다는
장돌뱅이들 별, 별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는
봉평 장터는 이제 없다
노루목고개도 없고 장돌뱅이도 이제 없다
고속도로와 네온불빛과 대형마트가 있는데
인터넷과 스맘트폰과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누가 머언 별을 헤겠는가
누가 별들에게 길을 묻겠는가
노루목고개가 묻혔다는 영동고속도로
갓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밤하늘의 별을 헨다
고향을 묻는다
(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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