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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 - 춘천이니까, 시월이니까시(詩)/박제영 2016. 10. 8. 15:22
이 밤이 지나면 해는 짧아지고 어둠은 깊어지겠지
기차는 떠나고 청춘의 간이역도 문을 닫겠지
춘천이 아니면 언제 사랑할 수 있을까
시월이 아니면 언제 이별할 수 있을까지상의 모든 악기들을 불러내는 거야
사람도 짐승도 벌레도 다 불러내는 거야
이곳은 춘천, 원시의 호숫가
발가벗은 가수가 노래하고,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하지
지금은 시월의 마지막 밤, 야생의 시간
발가벗은 무희가 춤을 추고, 무희가 아니어도 춤을 추지
불을 피우고 피를 덥혀야 해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헤어져야 해
아침이 오면 안개가 몰려 올 테니
마침내 시월을 덮고 춘천을 덮을 것이니
사랑해야 해 우리, 춘천이니까
이별해야 해 우리, 시월이니까(그림 : 함미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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