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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그리운 몽유(夢遊) 2시(詩)/김명인 2016. 8. 13. 17:55
창을 열면 십일월 같기도 한 늙은 봄밤이 어스름을 다해
쓸쓸한 백야(白夜) 쪽으로 밀려가고 있다, 출렁이며
바다 가득히 여명이매
그대로 말미암아 아침을 맞고 문득 저물고 이처럼
밤이 든 뒤에도
수런대며 밀물어오는 시간들 이렇게 참람할 줄을!
그러므로 꿈으로 고단하거나 깨어 있거나 흘러가는
달빛 그리움에 온몸이 젖는다 해도
내 사무치며 놀았던 세상의 끝 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침이 되고 다시 해지고 바람 불고 달 뜨고
이런 순환이 저 바다와 더불어 막막하므로
그대를 부추겼던 바람은 바람대로 헤매고 몽유 속으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푸른
잎무늬의 파도를 밀어넣느니
허공을 적시던 마음 잠깐의 기쁨으로 온몸을 떨 때에도
곧 가지 끝으로 미끄러져가며 여름을
모두 겪었다 하겠느냐
잘 잤느냐, 내 사랑, 긴 꿈 끝으로 깨어나도
모든 안부는 그리움 뒤에 떠돌아야 하므로
잠깐 가는 백야가 오랜 현실 같고 나는 다시
저만큼 가파른 벼랑길 세월을 향해 휘청거리며 내려 간다몽유(夢遊) : 1. 꿈속에서 놂. 2. 꿈 같은 기분으로 놂.(명사)
(그림 : 전봉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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