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인 - 그리운 몽유(夢遊) 1시(詩)/김명인 2016. 8. 13. 17:54
짧은 길이 제 힘을 다해 언덕 저쪽으로
키 낮은 처마들을 밀어붙이는
좁은 골목길 저편에 그대의 집이 있다
지붕 위의 안테나들이 거미줄 치듯
허공을 그어놓은 가파른
언덕길이 잠깐의 현기증으로 기대 세우는
담벼락 어디서부턴가 나, 몽롱에 디딘 듯 어지럼 속을 더듬어
골목 저켠으로 건너가면
연기 속으로 부여잡는 손, 어디선가
추억의 저녁 밥 짓는 냄새
모든 철책들 덜컹거려
쪽문이 열리고 젊은 부인이 아이를 부를 때
우우 대답처럼 떨어지는 몇 송이의 성긴 눈발
그때 환청은 돋아나지 꿈의 시간인 양
이승은 그 배경으로 나앉지, 지주목
사이로 질척거리며
나, 바꾸어서 오랜 현실인 그대 몽유에서 헤맬 때
잠깐의 꿈속을 환생이라 믿었던가
그렇다면 너무 긴 몽유여, 토막난 기억들이
빈틈없이 징검다리들 이어놓아도
거기 빠져버린 사랑도 이미 겪은 줄 가슴
미어지게 깨달아
다만 세상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 끝 아득한
그리움으로 서성거릴 뿐,
지붕 위로는 아직도 바람에 떠는 안테나들
사랑을 얻으면 세상을 얻는다고, 그런 때가 있었지
모든 부재에 세운 듯 한없이 나를 불러 돌아보면
텅 빈 골목, 벗어나면
나, 다시 어떤 몽유로 나아갈까몽유(夢遊) : 1. 꿈속에서 놂. 2. 꿈 같은 기분으로 놂.(명사)
(그림 : 유명옥 화백)
'시(詩) > 김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인 - 새벽까지 (0) 2016.08.13 김명인 - 그리운 몽유(夢遊) 2 (0) 2016.08.13 김명인 - 할머니 (0) 2016.08.13 김명인 - 고산행(高山行) (0) 2016.05.29 김명인 - 섬 (0) 201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