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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률 지나다가 정거장 건너편, 텃밭이었던 자리
이젠 누구네 마당가에
저렇게 활짝 핀 봉숭아 몇 포기, 그 옆엔
빨간 토마토가 고추밭 사이로 주렁주렁 익고 있다왜 내겐 어머니보다 할머니 기억이 많은지,
멍석을 말아내고 참깨를 털면서
흙탕물이 넘쳐나는 봇도랑 업고 건너면서
둑방가에 힘겨워 쉬시면서, 어느새
달무리에 들고 그 둘레인 듯 어슴프레하게, 할머니
아직도 거기 앉아 계세요?나는 장수하며 사는 한 집안의 내력이
꼭 슬픔 탓이라고만 말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추억이나 향수라는 이름 말고 저 색색의
눈높이로 고향 근처를 지나갈 때모든 가계는 그 전설에 도달한다, 그리고 뒷자리는
늘 비어서 쓸쓸하다(그림 : 한희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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