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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고산행(高山行)시(詩)/김명인 2016. 5. 29. 17:24
열차는 평산을 지났다 한다.
산역(山驛)에서는 낡은 의자에 기댄 남자들 두엇,
불을 끄고 통과할 어느 역에도
어쩌면 정거하지도 않을 기차를 우리들은 기다렸다.
밤은 깊고 자정 가까이
달은 떠올라 헌 거적대기 같은 빛이
세상을 덮어주기도 하였지만
오늘 가지 못하면 내일
갈 수도 없고
마침내 영영 가지 못할 그곳에 가기 위하여
저쪽 어느 역에서도 우리들처럼
정든 마을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
서성대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발 밑에는 버리고 가는 낙엽 또는 떨어져 뒹구는
젖은 노자 몇 닢.고산역(高山驛) : 강원도 고산군 고산읍의 동쪽에 있는 기차정거장. 강원선이 통과하고 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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