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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 여름 편지시(詩)/정일근 2016. 7. 26. 21:08
여름은 부산우체국 신호등 앞에 서있다
바다로 가는 푸른 신호를 기다리며
중앙동 플라타너스 잎새 위에 여름편지를 쓴다
지난 여름은 찬란하였다
추억은 소금에 절여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먼 바다 더 먼 섬들이 푸른 잎맥을 타고 떠오른다
그리운 바다는 오늘도 만조이리라
그리운 사람들은 만조바다에 섬을 띄우고
밤이 오면 별빛 더욱 푸르리라
여름은 부산우체국 신호등을 건너 바다로 가고 있다
나는 바다로 돌아가 사유하리라
주머니 속에 넣어둔 섬들을 풀어주며
그리운 그대에게 파도소리를 담아 편지를 쓰리라
이름 부르면 더욱 빛나는 7월의 바다가
그대 손금 위에 떠오를 때까지
(그림 : 배기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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