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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 별사(別辭)시(詩)/정일근 2016. 4. 23. 16:07
우리 이승의 사랑 끝나고
그대는 죽어 복사꽃 나무가 되리라
나는 죽어 한 마리 은어가 되리라
사랑이여 천년이 지난 봄날 먼, 먼 어느 봄날
그대 온몸에 복사꽃 등불 밝힐 때
나는 몸속 수박향 숨기고 소월천 거슬러 오십천 따라 올라가다
강물에 어루숭어루숭 잠긴 그대의 꽃그늘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리라
나를 휘감는 연분홍 비단 같은 슬픔에
까닭도 모른 채 펑펑 울며 거기 멈춰 서 있을 것이니
사랑이여 그대 또한 그러하리라
꽃그늘에 울고 있는 한 마리 어린 은어를 보며
꼭 한 번 어디선가 눈 맞춘 것 같은 작은 물고기의 눈물 보며
무엇인가 아뜩하여 경계 없는 슬픔에
그대가 피운 가장 아름다운 꽃분홍 꽃잎 몇 장
손수건으로 하늑하늑 날려줄 것이니
사랑이여 사랑했으니 진실로 그러하리라
(그림 : 정수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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