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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시(詩)/김왕노 2016. 7. 11. 12:18
한때 물방울이던 당신,
풀꽃에 맺히던 한 방울 당신,
이슬이던 당신,
부르는 작은 목소리에도 톡 터지려던 물방울 당신,
먼지만 닿아도 터지려던 당신,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눈물방울보다 더 작은 당신,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하던 당신,
내가 물방울이면 쉽게 엉겨붙어버릴 거라던 당신,
창문을 열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마르면서 휘날리는 하얀 빨래를 보며 아직도 그리움을 하고 계시나요.
철거덕거리는 기차바퀴 소리가 잠을 잘게 쓸고 가면
가만히 일어나 아직도 먼 먼 그리움을 하십니까.
나를 닮은 물방울 하나 낳고 싶다던 당신,
가임을 기다리며 물방울로 반짝였던 당신,
속이 투명했던 당신, 물방울과 맺혀 있으면 찾지 못할 당신,
밤새 추적추적 비 내리면 내가 그리워 눈물방울과 운다는 당신,
당신이 정말 보고 싶었냐고 내게 물으며 자꾸 스며들던 물방울 당신,
하늘 이 편에서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비행운을 보면 아직도 싱싱한 그리움을 하십니까.
기름 같은 나와는 끝내 섞이지 못한 물방울 당신,
물 같이 흘러가버린 당신,
아직도 달이 차오르면 짐승처럼 우우 울면서 끝없이 그리움을 하십니까.
벌써 내게도 온 그리움의 갱년기인데 우울의 긴 그림자를 끌고 가는 저녁,
아직도 당신은 여전히 그리움을 하십니까.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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