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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너를 지나치다시(詩)/김왕노 2016. 7. 31. 22:25
안개 같은 너를 지나쳤다
눈물 같은 너를 지나쳤다
물푸레나무 같은 너를 지나쳤다내가 한눈 판 거지
눈에 콩까풀 씐 거지굴뚝새 같은 너를 지나쳤다
은하수 같은 너를 지나쳤다냇물 같은 너를 지나쳤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며 지나쳤다네 몸 속으로 난 수많은 꽃길을 가면서 지나쳤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쳤다
내 마른 날을 꽃비로 적시던 너를 지나쳤다
미쳤던 거지내가 미쳤던 거지
풀밭에 달개비 꽃으로 피어나던 명아주로 서 있던 너를
다소곳이 울음으로 서 있던 너를
너를 지나쳐 저물 녁까지 걸어왔다
끝없이 끝없이 와 버렸다(그림 : 김도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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