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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피지나 말 걸 감자꽃
꽃 피어 더욱 서러운 여자
자주색 고름 물어뜯으며 눈으로 웃고 마음으론 울고 있구나
향기는 저 건너 마을 장다리꽃 만나고 온 건달 같은 바람에게 다 앗겨버리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비탈 오지에 서서 해종일 누구를 기다리는가
세상의 모든 꽃들 생산에 저리 분주하고 눈부신 생의 환희를 앓고 있는데
불임의 여자, 내 길고 긴 여정의 모퉁이에서 때 묻은 발목 잡고
퍼런 젊음이 분하고 억울해서 우는 내 여자, 노을 속 찬란한 비애여
차라리 피지나 말 걸, 감자꽃
꽃 피어 더욱 서러운 여자.
(그림 : 조창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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