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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죽으로 만든 가방 속에는
소가 들어 있다
가방 끈을 메고 집을 나서려면
고삐를 묶어 놓은 여물통이 따라오고
사랑채가 따라오고 마당이 따라온다
마당은 사람들이 밟아도
아랑곳하지 않는 풀들로 가득하고
말라리아에 걸린 양철 지붕은
오한이 나서 잔기침을 하는지 들썩거린다
한쪽에선 이마에 손을 얹은 어머니가
걱정스런 얼굴로 숯불 약탕관에 부채질을 하며
질경이를 달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고삐를 더 끌어당기면
짧은 고삐 때문에
몸이 가로대에 걸린 소가 미처 몸이
빠져 나오지 못해 눈을 꿈벅이는 것이 보이고
큰 병원으로 가기 위해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지를 꿰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소가죽 가방 속에는
전자 계산기와 만년필과
손수건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숨 쉴 때마다 하얀 콧김 나오는
정다운 소도 한 마리 들어 있다
나는 아침마다 소 한 마리 데리고
대문을 나선다(그림 : 정종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