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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오래된 객지시(詩)/김수우 2016. 5. 1. 14:43
새끼줄로 매단 얼음을 들고 종종걸음치던 아홉 살, 삶이란 쉽게 녹는다는 것을
햇살 물컹이던 그 신작로에서 알았어야 했다
바늘로 네모덩이 얼음을 잘게 부수던 어머니의 망치질,
삶은 큰칼이 아니라 바늘끝으로 쪼개진다는 것을
그 앉은뱅이 부뚜막에서 알았어야 했다
수박 한쪽을 쌀양푼 가득 화채로 만들면서 옆집에 한 그릇 건네면서,
삶은 늘일 수 있다는 걸, 달고 선선히 나누어진다는 걸
흰버짐 많은 그 추억에서 알았어야 했다겨울별자리 근처
캄캄하다
여인숙 바람벽에 걸린 철사옷걸이처럼
구석방에서 구부러진 하루
문 두드릴 옆집도 바늘로 쪼갤 얼음덩이도 얼음을 매달 새끼줄도 없는,(그림 : 박지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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