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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조 - 대책없는 봄시(詩)/시(詩) 2016. 4. 21. 19:15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 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것은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낙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없이 멋대로 발랑까진 십대들 ....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뱃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없는 봄날입니다
(그림 : 이양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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