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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 봄꿈 봄 꿈처럼시(詩)/시(詩) 2016. 4. 16. 21:09
보도블록 밟으며 간다 또각또각 마른 소리 이대도록 적요로운 날을 저리도 한 무늬로 먼 길 갈 수 있는가 하고
이 무늬 끝나는 곳 벼랑도 좋을 곳에 이르러 어느새 백발 성성히 바람 곁 두고 늙음을 끄덕일 수도 있는가 하고
춘몽(春夢)처럼 가는 길도 햇살을 발라내는 나뭇잎은 있는 것이어서 바람 앉은 가지를 보는 순한 마음도 있는 것이어서
망연히 어디랄 것도 없이 약골(弱骨)의 시력을 던져보는데
나 한때는
저 산을 다 안아보고 싶었네 저 능선에 소나무야 못오른 하늘에 멍든 슬픔인 셈 치더라도
저 산을 다 안아 저 산으로 바라보면
연기 오르는 마을에 저녁도 깊고
저녁보다 깊어버린 이들에겐 고운 흙도 내어주며
살아서도 가면서도 묵묵하고 싶었네 저 골에 물줄기야 두고 온 마을에 닿는 아픔인 셈 치더라도
언제랄 것도 없는 강골(强骨)의 한때가 망연한데
하루하루 거푸집을 한 방울도 벗어나지 못한 주물로 흘러온 걸음 또각또각 보도블록 무늬 위에 소금으로 뿌리며 간다
이 길 마저 가 편한 잠도 있는가 하고
춘몽(春夢)처럼 봄 꿈처럼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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