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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탁 - 그 골목 포장마차에 가면시(詩)/시(詩) 2016. 4. 12. 20:42
그 골목 포장마차에 가면
지친 하루를 데려다
술잔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좋은 이모가
돼지 창자 속에 꽉꽉 채워 넣은 정들을
뭉텅뭉텅 썰어 접시 위에 담아주면
그걸 안주 삼아 술잔을 비우는 사람들이 있다
허름한 포장마차 이모 집에 가면
마음을 보내놓고 껍데기만 모여 앉아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짝이 맞지 않는 나무 젓가락으로
석쇠 위에 덜 익은 말(言語)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마음을 맡겨놓은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막소금에 절여져서 시들어버린 시간을
양념해서 비벼먹고
모두가 이모가 되는 사람들
간이 잘된 얼큰한 사랑이 고픈 사람들이 있다
제 피를 짜서 남을 취하게 하는
25도의 눈물을 목구멍 속으로 털어 넣고
빈 병처럼 흔들리며 바람에게도 잔을 건네고
전봇대에게도 어깨를 빌려주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그림 : 이석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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