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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안개를 헤치고
조심스레 역으로 들어오며
기적소리가 막차를 알리면
하루를 길게 마감한 이들이
밀물처럼 열차에 오른다
시야에 들어오는 집들마다
포근한 불빛 신호음을 전하고
찾아가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절은 등받이에 기댄 이들이
목 쉰 기적처럼 녹녹치 않은
일상을 바퀴에 달고 간다
삶의 보퉁이마다 묻어나는 얼룩
살아가는 흔적들을 점찍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열차에
의지하며 한숨을 내쉰다
밤의 차창에 비친 자화상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끝이 맞닿지 않는 길에서
평행선 위의 등 굽은 그림자
흔들리며 가는 삶에 무게만큼
어깨가 휘는데 기차는 묵묵히
푸념까지 실어 나른다
어제처럼 정 깊은 사투리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내일을 약속하는 몸짓으로 의지하며
하얀 이를 드러내 소박하게
희망을 안고 가는 이들이
눈꽃처럼 녹아드는 정으로
늦은 밤 막차타고 간다.(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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