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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 떡갈나무시(詩)/시(詩) 2016. 4. 11. 21:10
200근은 족히 넘을
우람한 참기름집 사내
출근 때마다 도토리 한 줌씩 주워 온다
이젠 도토리기름까지 짜요?
씨익 웃는 가게엔 궁금증 같은
도토리 가을내내 쌓인다
겨울 긴 밤 심심한 뱃속
눈독들인 도토리 조금씩 줄고 있다
생으로 드시는 가 특별식을 개발 했나
눈 오는 저녁나절 남은 자루 들고 가는 사내
먹는 것쯤 한 몫 거들겠다고 따라나선 공원 숲 속
바람 한 점 쉬어가지 않는
나무들 사이
휘적휘적 사낸 나무가 된다
자부룩한 눈 위에 점점이 찍힌
배고파 잠 못 잔 다람쥔가
토끼발자국인가
찍힌 발자국 옆마다 한줌씩 놓는다
기라렸다는 듯 쪼르르 달려오는 청솔모
하, 고것들 두 손 모두어 쥐고
물빛 어린 까만눈으로 쳐다보는데
빈가지 시리게 선 떡갈나무 사이
오지게 후두둑 도토리 떨어뜨리는
눈밭 속에 선 덩치 큰 떡갈나무
겨드랑이에 뽈록뽈록 잎새 돋는 듯하다(그림 : 조만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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