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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 돼지감자시(詩)/시(詩) 2016. 4. 3. 21:16
뚱딴지라 부릅니다. 이름도 참 뚱딴지같습니다.
생긴 모습과 크기가 하나같이 다릅니다.
이놈은 생강뿌리 같고, 저놈은 알토란같습니다.
닭알처럼 오진 놈도 있고, 메추리알처럼 자잘한 놈도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닮은 놈이 없습니다.
캐내어 얼굴보기 전에는,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요량삼아 모두 캐내 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땅 속 돌부리에 채이고, 비 한 방울 안 내리는 자투리서 살던 놈들입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올망졸망합니다.
그래도 서로의 마음 잘 궁굴리며 살아갑니다.
못났다고 손가락질 안합니다.
미웁다고 등 돌리지 않습니다.
편 가르지도 않습니다.
같은 탯줄에 굳게 매달려, 마주잡은 손길이 아주 딴딴합니다.
하나같이 자기와 다른 얼굴 다독여줍니다.
절대 손 놓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름붙인 돼지감자, 괜히 부르기 미안해지는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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