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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 지팡이-양말 빨래시(詩)/시(詩) 2016. 4. 3. 09:40
빨랫줄에 발들이 걸려 있습니다.
새벽 논배미 물꼬 대던 발,
아비 막걸리 심부름 갔던 발,
북망 간 마누라 배웅하던 발…
모든 수고로운 발들이 쉬고 있습니다.
그들의 걸어온 길 서로 다르듯
그들이 흘린 땀 냄새도 다르겠지요.
그래도 두 짝이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갔을 겁니다.
한 발을 떼면 한 발은 딛고
한 발을 보내면 또 한 발은 다가오며
그렇게들 뚜벅뚜벅 걸었을 테지요.
늘 제 몸들 서로 기댔을 겁니다.
그 발들이 두 짝씩 하나 되어
햇빛 좋은 빨랫줄에 걸려 있습니다.
다시 가야할 길 가로재며
오순도순 기대어 쉬고 있습니다.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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