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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초 - 할미새야, 할미새야시(詩)/시(詩) 2016. 3. 27. 15:33
흙으로, 흙의 무게로 또아리 틀고 앉은 시간
고향 풀숲에서 반짝이던 결 고운 윤이슬이여, 어쩌자고 머나 먼 예까지 와 대끼고 부대끼는가.밤새 벼린 칼끝보다 섬뜩한 그 억새의 세월, 갈바람 굴핏집 울리는 죽비 소리 남기고.
등이 허전하여 등 뒤에 야트막한 산을 두른다.
빚더미 가장(家長)처럼 망연자실 누워 있는 앞산, 우부룩이 자란 시름 봄 삭정이 되었는가.둥지 떠난 할미새야, 비 젖은 날개 접고 등걸잠 자는 할미새야.
앞내 뒷내 둘러봐도 끕끕한 어둠 밀려 오고 밀려 간다.
물을 불러 제 몸 기슭 불리는 강물, 귀동냥 다리품 팔아 남루 한 짐 지고 오는 저 강물아.
파릇파릇 핏줄 돋는 길섶마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풀꽃 꽃등 하나,
눈빛 형형한 꽃등 하나 달아 놓고
물안개 거두어가는 애벌구이 해도 덩실 띄워 놓고…(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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