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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교 - 다시 수유리에서시(詩)/박시교 2016. 3. 25. 16:28
수유리에 오시려거든 되도록 비 내리는 날
우산은 받지 말고 그냥 오십시요
가슴은 술로 데우게 겉만 젖어 오십시요
우거진 상수리나무 숲길 지나 어느 등성이
굳이 정상 아니더라도 도봉(道峰) 마주해 앉으면
마음속 은밀한 앙금도 녹아나게 마련입니다
비 오는 날 수유리에 오실 때에는 또 한 가지
잊지 말고 시계는 풀어놓고 오십시요
어차피 흐르는 세월은 물 같은 것이기에.
(그림 : 강남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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