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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에 새 두 마리.
한 마리가 다가가면 다른 한 마리
옆걸음으로 물러선다. 서로서로 밀고 당긴다.
먼 산 바라보며 깃이나 추스르는 척
땅바닥 굽어보며 부리나 다듬는 척
삐친 게 아니다. 사랑을 나누는 거다.
작은 눈망울에 앞산 나무이파리 한 잎 한 잎 가득하고
새털구름 한 올 한 올 하늘 너머 눈 시려도
작은 몸 가득 콩당콩당 제짝 생각뿐이다.
사랑은 옆걸음으로 다가서는 것, 측근이라는 말이
집적집적 치근거리는 몸짓이 이리 아름다울 때 있다.
아침 물방울도 새의 발목 따라 쪼르르 몰려다닌다.
그중 한 마리가 드디어 야윈 죽지를 낮추자
금강초롱꽃 물방울들 후두둑후두둑 땅바닥을 적신다.
팽팽한 활시위 하나가 하늘 높이
한 쌍의 탄두를 쏘아 올린다.
(그림 : 장미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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