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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 둥근 등시(詩)/김사인 2016. 3. 15. 17:36
귀 너머로 성근 머리칼 몇을 매만져두고
천천히 점방 앞을
천천히 놀이터 시소 옆을
쓰레기통 고양이 곁을
지난다 약간 굽은 등
순한 등
그 등에서는 어린 새도 다치지 않는다
감도 떨어져
터지지 않고 도르르 구른다
남모르게 따뜻한 등
업혀 가만히 자부럽고 싶은 등
쓸쓸한 마음은 안으로 품고
세상 쪽으로는 순한 언덕을 내어놓고
천천히 걸어 조금씩 잦아든다
이윽고
둥근 봉분 하나
철 이른 눈도 내려서 가끔 쉬어가는(그림 : 강인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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