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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 - 밤기차를 타고
    시(詩)/이기철 2016. 3. 11. 23:24

     

     

     

    쓸쓸한 사람들은 밤기차를 탄다
    삯바느질 같은 삶의 헌옷을 기워 입으며
    그래도 아직은 토닥여 잠재울 내일이 있음이 위안인 사람들이
    함께 앉아 김밥을 사먹는다


    오가는 방언의 부딪침이 도계(道界)를 넘었음을 말해주지만
    손잡으면 경상 충청의 체온이 다를 게 없어
    눈빛 마주치면 모두 민들레 같은 이웃이 된다


    삶이란 언제나 식었다 데워먹는 국밥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이 아름다움임을
    자주 깜박이는 간이역의 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배추잎 같이 오그리고 잠을 쫓는 사람들은
    손때 묻은 제 세월을 아파하면서도
    서울역에서 멎어야 하는 기차의 운명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모두들 조금씩 졸고 조금씩은 외로워하며
    일회용 차표처럼 구겨진 채 소백을 넘고 있다
    추풍령은 잠시 떠난 계절과 돌아올 인연들을 묶어놓지만
    꽃 진 자리만큼 후둑후둑 떨어지는 잠의 부스러기를 만지며
    쓸쓸한 사람들은 오늘밤도 밤기차를 탄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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