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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너와 함께시(詩)/이기철 2015. 11. 18. 20:06
너와 앉으면 나는 항상 혼자가 된다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모여서는 끝내 땅으로 떨어지고
밤을 지새워 울던 꾀꼬리 소리도
아침을 만나면
푸른 밀밭 속으로 사라진다
등꽃이 하얗게 피는 밤에
달빛 아래 흔들리는 너의 목소리
그것은 태고로 부는 바람이
솔잎 사이를 스치는 맑은 소리며
울창한 솔잎을 뚫고 떨어지는
반짝이는 햇살의 금빛 얼굴이다
뜰에 늦은 봄의 오수午睡가 내리고
우리들의 가장 조용한 시간에
찻잔에다 한 숟갈 오수를 타면
찻잔에 부서지는 너의 흰 얼굴
바다에 너훌거리는 너의 속눈썹
너와 함께 다락에 앉으면
나는 항상 혼자가 되고
너는 먼 전설 속의 사람이 된다(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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