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기철 - 작은 이름 하나라도
    시(詩)/이기철 2015. 11. 18. 20:07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 때 너무 멀어서 못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 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그림 : 김종하 화백)

     

    '시(詩) > 이기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철 - 밤기차를 타고  (0) 2016.03.11
    이기철 - 봄  (0) 2016.01.16
    이기철 - 너와 함께  (0) 2015.11.18
    이기철 - 고향  (0) 2015.11.18
    이기철 - 너는 와서  (0) 2015.11.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