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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자들만이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이 봄이다
이긴 자들에게만 몸을 열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먼저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먼저 가 꽃 피워놓고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아무 것도 나는 것이 없는 곳에
새와 나비를 마중 보내는 것이 봄이다
들판의 기다림을 위해 강물을 보내주는 것이 봄이다
어제 길 끝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을 위해
연두빛 언덕을 내려보내는 것이 봄이다
움 트는 것들의 손등을 스다듬으며
햇볕의 이름표를 달고 쫓아온 것이 봄이다
꼭꼭 채운 얼음의 단추를 따고
그 굳은 결의의 옷고름을 풀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는 눈더미를 쓰러뜨리고
흙과 돌에 새 순 돋게 하는 것이 봄이다
낯선 것들을 낯익은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맨발로 마중 가도 발 아프지 않은 것이 봄이다
작은 삶이 큰 삶을 껴안는 것이 봄이다(그림 : 홍인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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